이탈리아의 간략한 정치사
이탈리아는 로마 건국 초기의 7왕국 시대(BC 753~BC 509), 로마 공화정 시대(BC 509~BC 27), 그리고 로마제국시대 (BC 27~AD 476)를 거쳐 중세의 도시국가 시대로 이어지면서 유럽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로마제국이 붕괴한 뒤 이탈리아의 국가 통일(1861년)이 이루어지기까지 약 1400년간 크고 작은 도시국가로 나뉘어 저마다 발전을 추구하면서 이탈리아의 지역적 특성을 형성하였다.
마찌니, 가리발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에 의한 독립전쟁의 결과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간섭을 극복하고 지방정권의 분열에 맞서 통일 전쟁을 시작, 사보이 왕국을 중심으로 통일왕국을 건설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공화정 준비시대(1924~1948년)를 거치면서 또다시 암울한 세계대전의 주인공이 되지만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이 정식으로 선포되면서 전쟁을 딛고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해 오늘날 세계 경제 대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기독교민주당 주도의 오랜 연립정부 시기(1948~1994년)를 거치면서 국가기반의 안정을 꾀하고, 이후 신우파, 중도좌파 등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계속해서 후퇴 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세계 역사의 무대에서 주연과 조연을 반복해 온 이탈리아는 현재 민주공화제 정치체제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여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탈리아의 GDP는 2조 3,765억 달러로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도시들
역사와 문학,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은 로마를 비롯하여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피렌체, 베네치아, 볼로냐, 피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밀라노는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칙령, 소위 “밀라노 칙령”이 포고된 곳이다. 나폴리는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 호주의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남도민요와 같이 걸쭉하고 정감 넘치는 이탈리아 칸초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토리노는 이탈리아 독립운동의 정치적⦁이론적 본산이며, 근래에 이르러 그 진위(眞僞)가 밝혀지고 있는 그리스도의 수의(壽衣)가 소장된 곳으로 유명하다. 피렌체는 라틴교회와 동방 정교회의 일치를 추구한 공의회가 열렸던 곳으로서 이 공의회에서 연옥, 성찬식, 교황 수위권에 관한 라틴교회의 주장이 관철되어 가톨릭 교리가 공식화되고, 우리에게는 프랑스 파리와 함께 유럽 패션의 산실로 유명하다. 베네치아는 한때 지중해 전역을 호령한 해상강국이었던 곳으로 우리에게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118개나 되는 섬들을 수많은 운하가 연결하고 있는 물 위의 도시이다. 볼로냐는 세계 최초의 대학이 설립된 곳으로 기업과 기업정신이 탄생하였으며 여기에서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 교육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통섭 교육의 현장이다. 나아가 이탈리아 대륙을 관통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피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떨어지는 물체는 무게에 비례한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반박하는 중력 낙하 실험을 한 유명한 사탑(斜塔)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탈리아 행정의 수도는 로마요, 경제의 수도는 밀라노요, 학문의 수도는 볼로냐요, 문화의 수도는 피렌체요, 음악과 낭만의 수도는 나폴리라고 할 수 있다.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이 망한 이후 1870년에 이탈리아가 하나로 통일이 될 때까지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몇 개가 되는 크고 작은 나라로 나뉘어 복잡하게 살아온 탓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탈리아는 모든 도시가 역사와 유적과 유물과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 지금도 강한 지방자치제와 각 지방의 자긍심 있는 지방색 유지에 힘을 쏟은 덕분에 모든 도시가 나름의 멋과 색을 가지고 있어 여행객들은 한 나라를 다니고 있는 것인지 여러 나라를 다니고 있는 것인지 착각을 할 정도다.
한국과의 관계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당나라 때 중국에 네스토리우스교가 들어와 동아시아가 그리스도교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 네스토리우스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경주에서 출토되었다. 그러나 몇몇 출토품으로 로마 또는 그리스도교와 신라의 연관을 추정할 수는 없다. 원나라 때 중국에 체류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까울리(Cauly)로 고려가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인이며 동방전교의 상징적 인물인 마태오 리치(중국명 리마두)의 [천주실의]는 조선 후기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주자학적 세계관에 매몰되어 있던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세계 그리스도교사에 유례가 없는 자생적 그리스도교 전교의 계기가 되었다.
이탈리아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884년 6월 26일, 당시 이탈리아 왕국과 대한제국 사이에 조인된 친선통상항해조약(親善通商航海條約)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 시기는 국권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양국이 친선을 이어가지 못하고 을사조약으로 국교마저 끊어졌다.
1956년 11월 24일, 두 나라가 비로소 단독수교를 맺고 상호 상주공관도 설치되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박두익이 활약한 다크호스 북한이 이룬 8강 신화의 희생제물이 되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도 우리나라에 패해 트라우마를 겪었다.
이탈리아는 관광지로서, 경제 교류지로서 우리나라와 점차 그 친밀감이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 경제, 문화, 개발,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간의 협력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기
프랑스 혁명의 깃발을 본떴다고 하는 이탈리아 국기의 세 가지 색깔, 곧 빨강, 하양, 초록은 믿음, 희망, 사랑을 상징한다.
* TIP: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도 이 세 가지 색깔로 대표된다.
스파게티 알 포모도로(단순한 토마토소스를 얹은 스파게티)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그것이다.
특히 마르게리타 피자는 사보이 왕국의 마르게리타 여왕이 좋아했던 것으로서, 통일 이탈리아의 결속을 강화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래서 피자의 세 가지 색(밀반죽, 토마토소스, 바질 향)과 스파게티 알 포모도로의 세 가지 색(스파게티, 토마토소스, 바질 향)은 국기의 색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