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 로마에 사는 딸과 함께 만토바를 여행하고 왔다.
오래전부터 다시 찾고 싶었던 곳이다. 1990년대에 잠시 다녀온 뒤,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찾았다. 반가움~~~뿜뿜!!
베르길리우스와 곤차가 가문이란 이름만으로도 “아, 그곳” 하며 무릎을 치는 도시가 만토바(Mantova)다.
도시가 작아서 차를 숙소나 주차장에 한 번 세우고 나면, 도시를 떠날 때 다시 찾을 만큼, 만토바에 있는 동안은 차가 필요없다. 다만 예술관련 이벤트와 특별전을 많이 하는 곳이라, 그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원전 70년,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이곳에서 태어나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세 동안 왕성하게 활동하며, 저 유명한 로마 제국의 탄생 신화가 담긴 『아이네아스』를 썼다.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작지만 알찬 도시 만토바는 가르다 호수에서 발원하여 포강 하류로 접어드는 민초 강의 만곡부에 자리 잡고 있다. 민초 강은 파다나 평원을 가르는 포강 하류로 흘러 들어간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맨 아랫동네에 있어, 에밀리아-로마냐주와 경계에 있는 셈이다.
보기보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원전 6세기 에트루리아의 가장 북부지역에 있어 켈트족과 교류한 흔적이 고고학 유적지를 통해서 밝혀졌다.
에트루리아 남부지역이 아테네와 국제교역을 할 때, 이곳 북부지역은 북방의 이민족들과 교류한 셈이다.
그리고 후에는 로마 제국에 편입되어, 로마 제국과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래, 동로마, 롬바르드족, 프랑크족 등 여러 이민족의 침입을 받았다.
11세기에는 토스카나 공국에 속했고, 1328년 곤차가 가문이 이곳을 지배하면서 문화적으로 크게 번성하기 시작했다.
곤차가 가문의 치세 하에 만토바 공국의 중심지로 거듭 성장했다.
밀라노에서 스포르째스코 가문이 몰락하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곳에서 이사벨라 데스테와 프란체스코 2세 곤차가의 손님으로 3개월가량(1499년 12월~1500년 2월) 피신해 있었고, 만토바의 두칼레궁전에 있는 테피스트리는 라파엘로의 밑그림을 토대로 짰다는 걸 통해 그의 만토바 체류를 증언하기도 한다.
1707년, 만토바 공국은 멸망하고, 이곳은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나폴레옹 시절에는 그의 지배를 받았다.
이탈리아 통일을 목적으로 한 부흥운동(리소르지멘토 운동) 시기에는 만토바를 중심으로 통일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고, 1866년 이탈리아 왕국에 편입되었다.
만토바는 철도는 물론, 도로가 각지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로, 예로부터 포강 유역 평야 지대 농산물 집산지로 명성을 얻었고, 기본 농산물에 햄, 치즈, 버터 등을 중심으로 한 특색 있는 요리도 발달하였다.
기원전 3천 년 전의 유적지부터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 여러 성당과 궁전, 성곽 등의 유서 깊은 건물들은 인근 지역 사비오네타와 함께 2008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만토바 2박 3일 일정 - 자세한 일정은 별도로 포스트를 하겠다.
첫째 날
점심 때쯤 도착하면, 두칼레궁전을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이 궁전에서 최고는 “신혼부부의 방(Camera degli Sposi)” 천장과 벽에 그린 안드레아 만테냐의 프레스코화다. 곤차가 가문 식구들이 총출동하고, 기둥 장식 사이에 자신의 자화상도 넣었다. 특히 천장은 하늘이 뻥 뚫린 것같은 시원하면서도 환상적인 인상을 준다.
둘째 날
팔라초 델 테(Palazzo del Te’)를 간다.
여기서 최고는 줄리오 로마노의 “거인들의 방(Sala dei Giganti)” 프레스코화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소용돌이치는 바닥에 서 있으면, 천장에서 제우스가 벼락을 들어 거인들을 향해 내리치고, 벽화 속 거인들은 그것을 피해 벽을 뚫고 나올 것만 같다.
“팔라초 델 테”를 보고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안드레아 만테냐의 집”이 있다. 여기 있는 작품들은 모두 사본이지만, 건물 자체가 볼만하다.
도심으로 들어와 몇 년째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식당 Sucar Brusc Ristorante Mantova(성 안드레아 대성당 바로 뒤에 있다)에서 식사해 보기를 권한다.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한 일품요리가 많다.
오후에는 도심에 있는 두 개의 주교좌 성당을 권한다. 성 베드로 두오모 주교좌 대성당과 그의 동생 성 안드레아 공동 주교좌 대성당이 가까이 있다. 특히 성 안드레아 대성당은 볼 것이 많다. 사실 만토바 도시 자체가 이 대성당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다음 포스트에서 그 역사를 언급하겠다.
이곳 중앙제단 아래에는 그리스도의 피묻은 흙 상자가 보관된 지하 경당이 있다.
지붕 돔에서 내려다보는 만토바 전경이 백미다.
셋째 날
아침에 도시를 출발하면서 호숫가를 한바퀴 드라이브 한 뒤, 사비오네타로 이동한다. 약 30km가량 떨어져 있다.
만토바와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주 작은 마을이다.
바로 Palazzo del Giardino로 가서 티켓을 구매하면, 한 장으로 도시 유적지 전체를 다닐 수 있다.
볼만한 것은 팔라초 델 자르디노(Palazzo del Giardino & Degli Antichi Gallery), 두칼레궁(Palazzo Ducale), 고대극장(Teatro all’Antica), 마리아 대관식 성당(Chiesa della Beata Vergine Incoronata) 등이다.
만토바에서 쫓겨온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게토도 유명하다.
동네가 워낙 작아서 한두 시간 안에 모두 볼 수 있다.
점심은 Palazzo del Giardino와 연결된 Antichi Gallery 회랑 아래 Osteria La Dispensa에서 친절하고 푸짐한 인심과 함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명소들에 대한 자세한 포스트도 하나씩 올려보겠다.^^
부온 비아조 Buon Viaggio!!